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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荀子)」, 왕제(王制)에서

예원원장 2010. 11. 21. 22:24

물과 불에는 기(氣)는 있어도 생명(生)은 없고, 풀과 나무에는 생명은 있어도 지각(知)이 없으며,새와 짐승에는 지각은 있어도 의(義)라는 것은 없다. 인간은 기(氣)도 생명(生)도, 지각(知)도 가지고 있고,그 위에 또 의(義)를 갖추고 있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무릇 인간의 힘은 소(牛)에 미치지 못하고, 달리는 속도는 말(馬)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소나 말 쪽이 인간의 이용 대상이 되는 것은 어째서인가? 그것은 인간은 사회(群)를 구성할 수 있으나, 소나 말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으로써 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가? 그것은 사회적 역할의 구분(分)에 의해서이다. 사회적 역할의 구분은 무엇으로 실행되는가? 그것은 의(義)에 의해서이다. 의(義)로써 사회적 역할을 실행하면 사람들은 화합하게 되고,화합하면 하나로 통합되고,하나로 통합되면 힘이 증가하고 힘이 증가하면 강해지고,강하게 되면 만물(物)을 이길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이 각자의 집을 짓고 편안하게 사는 것,사계(四季)의 순환에 따라 일을 하고,만물을 이용하여 천하에 이익을 줄 수 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사회적 역할의 구분(分)과 각 역할에 따른 의(義)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 사회를 구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 사회에 사회적 역할의 구분이 없으면 분쟁이 일어나고,분쟁이 일어나면 사회는 혼란해지고,혼란하면 사람들은 흩어지고,흩어지면 약해지고,약해지면 만물을 이길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집을 마련하여 편안하게 살 수 없게 된다. 인간은 잠시라도 예의(禮義)를 저버릴 수 없다는 말은 이것을 가리킨다. 어버이를 잘 섬기는 자를 효(孝)라 하고,형을 잘 섬기는 자를 제(弟)라고 하며,윗사람(上)을 잘 섬기는 자를 순(順)이라 하고,아랫사람(下)을 잘 부리는 자를 군(君)이라 한다.